법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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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의 땅을 대표자가 마음대로 팔 수 있을까? 2018. 04. 29
1. 사안의 개요

A종중의 대표자인 B는 경상북도에 있는 종중의 땅(이하 '이 사건 토지')을 C에게 매각하고자 하였습니다.

이 사건 토지는 큰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인근 토지도 매매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는 곳이어서 B는 공시지가의 60% 정도의 가격으로 A종중을 대표하여 C와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된 A종중의 종원들은 어떻게 공시지가의 60%에 불과한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느냐며 이 사건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A종중은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할 수 없었고, 매수인 C는 A종중을 상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하던지, 아니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경우, 이 사건 매매계약 및 이 사건 토지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2. 이 사안의 법률관계 정리

(1)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되었나?

-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먼저
(i) 종중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ii) 그 점에 관한 종중규약이 없으면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므로,
비록 종중 대표자에 의한 종중 재산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i) 및 (ii)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행위는 무효입니다.
(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8656 판결 등)
- 이 사건 매매계약의 경우 위 (i) 및 (ii)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효로 판단되었습니다.

(2)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라면 나머지 법률관계는 어떻게 정리되는가?

1) A종중과 C와의 관계

- A종중과 C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A종중과 C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의무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A종중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C에게 이전할 의무도 없습니다.
- 다만, A종중은 법률상 원인 없는 행위로 계약금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므로, 계약금 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C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2) A종중과 B와의 관계

- 이 사건 매매계약이 무효가 됨으로 인하여 A종중에게 특별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니 A종중과 B 사이에 특별히 정산해야 할 법률관계는 없습니다.
-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B가 이 사건 토지를 종중규약이나 종중총회의 결의에 의하지 않고 매매하려고 한 행위를 형법상 업무상 배임으로 보아 B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B와 C의 관계

- 사실상 C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더라면,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계약금 상당액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B가 종중규약이나 종중총회의 결의를 얻지 않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 이에 C는 B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손해를 가했음을 주장 및 입증하여 계약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C도 B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어 청구금액(5,000만 원) 중 일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과실상계의 법리).


3. 실제로 어떻게 해결되었나?

- C는 A종중을 상대로 계약금 배액의 상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A종중으로부터는 계약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또한 C는 B와 잘 알던 사이여서 B에게 계약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어하지도 않았습니다.
-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하여 C는 소를 취하하였고, A종중은 소취하에 동의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하였고, 다만, A종중은 5,000만 원에 대한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를 덧붙여 C에게 반환하는 것으로써 모든 사건을 종결지었습니다.


4. 시사점

- 종중재산을 관리 및 처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종중 입장에서도 종중규약 또는 종중총회의 결의라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계약의 상대방도 종중이 그와 같은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